<다정한 등> 나는 4년간 기숙사 생활을 해서 철마다 집에서 기숙사로, 다시 기숙사에서 집으로 작은 이사를 다녔다. 졸업하기 전까지 내 마지막 몇 번의 이사에는 언제나 남자친구가 함께 해줬다. 짐을 옮겨주는 건 물론이고 새로 배정받은 방의 청소까지도. 아마 기숙사 설립 후 한 번도 청소된 적 없었을 배수구의 뚜껑까지 해체해 여자들 머리카락 대단해- 하며 머리카락 뭉텅이를 꺼내는가 하면. 이 방은 외풍이 심하지 않을까 하면서 창문을 살피다가 창문틀의 시커먼 먼지까지 깨끗이 닦아냈다. 집에 놀러 가면 솜씨 좋게 요리해주고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주방엔 얼씬도 못하게 했다. 나는 비위가 약해서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게 늘 고역이었는데, 남자친구는 원래 우리 집 분리수거랑 음식물 쓰레기 담당은 나야- 하면서 익숙하게 집안일을 해냈다. 좁은 기숙사 화장실 배수구 앞에 쭈그려 앉아 낑낑대던 커다란 등, 창틀을 구석구석 닦던 등, 가스불 앞에서 땀을 흘리며 요리하던 등, 금방 버리고 오겠다며 양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던 등. 나는 그 등에 반했던 것 같다. 언제나 가족을 위하던 저 다정한 등과 언젠가 나도 가족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던 것 같다. #art#artwork#illustration#drawing#painting#일러스트 A post shared by Hyocheon Jeong (@poetic.persona) on May 30, 2017 at 4:27am PDT
<다정한 등> 나는 4년간 기숙사 생활을 해서 철마다 집에서 기숙사로, 다시 기숙사에서 집으로 작은 이사를 다녔다. 졸업하기 전까지 내 마지막 몇 번의 이사에는 언제나 남자친구가 함께 해줬다. 짐을 옮겨주는 건 물론이고 새로 배정받은 방의 청소까지도. 아마 기숙사 설립 후 한 번도 청소된 적 없었을 배수구의 뚜껑까지 해체해 여자들 머리카락 대단해- 하며 머리카락 뭉텅이를 꺼내는가 하면. 이 방은 외풍이 심하지 않을까 하면서 창문을 살피다가 창문틀의 시커먼 먼지까지 깨끗이 닦아냈다. 집에 놀러 가면 솜씨 좋게 요리해주고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주방엔 얼씬도 못하게 했다. 나는 비위가 약해서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게 늘 고역이었는데, 남자친구는 원래 우리 집 분리수거랑 음식물 쓰레기 담당은 나야- 하면서 익숙하게 집안일을 해냈다. 좁은 기숙사 화장실 배수구 앞에 쭈그려 앉아 낑낑대던 커다란 등, 창틀을 구석구석 닦던 등, 가스불 앞에서 땀을 흘리며 요리하던 등, 금방 버리고 오겠다며 양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던 등. 나는 그 등에 반했던 것 같다. 언제나 가족을 위하던 저 다정한 등과 언젠가 나도 가족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던 것 같다. #art#artwork#illustration#drawing#painting#일러스트
A post shared by Hyocheon Jeong (@poetic.persona) on May 30, 2017 at 4:27am P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