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어렸을 때 엄마가 귀를 파주던 시간을 좋아했다. 엄마 무릎에 누워서 귓속에서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를 듣던 때를. 크면서 부턴 혼자 귀를 팠는데 내가 할 땐 상처가 날까봐 굉장히 조심했다. 그럴 일도 없었지만 남에게 귀를 맡기는 건 더 상상할 수 없었다. 너무 깊이 넣어서 고막을 찌르면 어떡하나 무섭기도 했고 남에게 귓속을 보이는 것도 창피한 일이었다. 내가 엄마 외에 타인에게 귀를 내준 건 남자친구가 처음이었다. 그 애 무릎에 누워서 걔가 조용히 내 귀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괜히 민망해서 귓속이 어떠냐고 물었다. 걔는 웃으면서 별로 없어, 말하며 귀이개를 갖다 댔는데 그때부터 나는 창피하긴커녕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닿기도 전부터 나는 걔 무릎을 꽉 잡은 채 눈을 질끈 감고 깊이 넣으면 안 된다고 계속 중얼댔다. 귀에 들어온 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안심할 정도로. 무릎 위에 누워 귓속에서 사각사각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잃어버린,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사랑하던 순간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다른 쪽 귀까지 끝나고 나도 해줄까 물었다. 의외로 선선히 귀를 내줘서 나도 조심히 귀를 파주었다. 걔야말로 깨끗해서 팔 것도 없었지만. 내 무릎에 걔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거나 이불을 꽉 쥔 손 같은 걸 보면서 부끄러운가, 아님 내가 실수로 귀라도 쿡 찌를까 겁이 나나 싶었다. 남자친구는 귓구멍이 커서 내가 가끔 새끼손가락을 넣는 장난을 치는데 그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창피해했으니까. 코에는 싫다는 내 손까지 잡아다 넣으면서 귀는 왜 부끄러워하는 건데. 그래도 이내 긴장을 풀고 편안해지는 표정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우린 서로에게 마음 같은 걸 내준 거 같네-. 귀를 파주는 건 그런 것 같았다. 보여주기 창피하면서, 선뜻 맡기기 두려우면서 믿고 내준다. 서로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조심스러운 손길 아래서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소중히 하고 있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Full image????profile link grafolio #art#artwork#illustration#drawing#painting#일러스트#イラスト A post shared by Hyocheon Jeong (@poetic.persona) on Feb 8, 2017 at 9:26pm PST
<사각사각> 어렸을 때 엄마가 귀를 파주던 시간을 좋아했다. 엄마 무릎에 누워서 귓속에서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를 듣던 때를. 크면서 부턴 혼자 귀를 팠는데 내가 할 땐 상처가 날까봐 굉장히 조심했다. 그럴 일도 없었지만 남에게 귀를 맡기는 건 더 상상할 수 없었다. 너무 깊이 넣어서 고막을 찌르면 어떡하나 무섭기도 했고 남에게 귓속을 보이는 것도 창피한 일이었다. 내가 엄마 외에 타인에게 귀를 내준 건 남자친구가 처음이었다. 그 애 무릎에 누워서 걔가 조용히 내 귀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괜히 민망해서 귓속이 어떠냐고 물었다. 걔는 웃으면서 별로 없어, 말하며 귀이개를 갖다 댔는데 그때부터 나는 창피하긴커녕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닿기도 전부터 나는 걔 무릎을 꽉 잡은 채 눈을 질끈 감고 깊이 넣으면 안 된다고 계속 중얼댔다. 귀에 들어온 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안심할 정도로. 무릎 위에 누워 귓속에서 사각사각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잃어버린,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사랑하던 순간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다른 쪽 귀까지 끝나고 나도 해줄까 물었다. 의외로 선선히 귀를 내줘서 나도 조심히 귀를 파주었다. 걔야말로 깨끗해서 팔 것도 없었지만. 내 무릎에 걔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거나 이불을 꽉 쥔 손 같은 걸 보면서 부끄러운가, 아님 내가 실수로 귀라도 쿡 찌를까 겁이 나나 싶었다. 남자친구는 귓구멍이 커서 내가 가끔 새끼손가락을 넣는 장난을 치는데 그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창피해했으니까. 코에는 싫다는 내 손까지 잡아다 넣으면서 귀는 왜 부끄러워하는 건데. 그래도 이내 긴장을 풀고 편안해지는 표정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우린 서로에게 마음 같은 걸 내준 거 같네-. 귀를 파주는 건 그런 것 같았다. 보여주기 창피하면서, 선뜻 맡기기 두려우면서 믿고 내준다. 서로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조심스러운 손길 아래서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소중히 하고 있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Full image????profile link grafolio #art#artwork#illustration#drawing#painting#일러스트#イラスト
A post shared by Hyocheon Jeong (@poetic.persona) on Feb 8, 2017 at 9:26pm PST